글로벌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빚투(빚 내서 투자)’ 규모가 보름여 만에 4500억 원 넘게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연말 랠리를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빚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수 상위 업종은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2차전지와 반도체·엔터테인먼트가 주를 이뤘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3일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 융자잔액은
17조 329억 원으로 이달 최저치였던 6일(16조 5767억 원) 대비 4562억 원 급증했다.
이달 초와 비교하면 1552억 원 늘었다.
신용거래 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으로 흔히 빚투로 부른다.
강한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 개인투자자들이 신용거래 융자를 이용해 단기 투자에 나선다.
개별시장 기준으로 보면 코스닥의 신용거래 융자잔액이 크게 늘었다.
돈을 빌려 투자한 곳은 2차전지와 반도체·엔터 등이었다.
코스피시장의 경우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신용거래 융자액 증가 상위 5종목
가운데 3종목이 2차전지 업체였다.
포스코퓨처엠(003670)(332억 4000만 원)과
삼성SDI(006400)(206억 6800만 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124억 2700만 원) 순으로 규모가 많이 늘었다.
이달 7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 약 1조 7300억 원 규모의
신약 후보 물질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종근당(185750)(294억 2600만 원)과
아이돌 그룹 세븐틴이 신규 음반을 발매하며 판매 호조를 보이는 하이브(352820)(283억 44만 원)로도 자금이 몰렸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같은 기간 신용거래 융자액 증가 상위 5종목 중 2종목이 2차전지 업체였다.
에코프로비엠(247540)(204억 200만 원)과
포스코DX(022100)(108억 6200만 원) 순이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인 하나마이크론(067310)(221억 3500만 원)과
리노공업(058470)(127억 900만 원)의 잔액도 많이 늘었다.
블랙핑크와 재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117억 1700만 원)로도 투자금이 쏠렸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종료 인식 확산이 신용거래 융자 확대를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동결한 데 이어 이후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표(PPI)·소매판매 등이 둔화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한때 연 5%를 넘었던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게 기본 컨센서스”라며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 국채금리 하락세에 미국과 국내 증시가 반등하고 있다.
개미 투자자들이 빚투를 하는 것도 추가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1월 들어 각종 불확실성 변수와 리스크들이 빠르게 완화되고 있다”며
“등락이 있더라도 코스피는 연내 2600선을 향하는 흐름이 지속되는 방향성이 명확해졌다”고 내다봤다.